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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곡 해설

브람스(Brahms) - 헨델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작품 24(Variations and Fugue on a Theme by Handel op.24)

 

 

▣ 유투브 감상
Brahms - Handel Variations -- Balint Vazsonyi -- 1970년 발매된 LP
http://youtu.be/CFNoBMm46AY

Grigory Sokolov / 피아노
http://youtu.be/FfMq03MbkUk

피아노 독주를 위한 이 작품은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제1번 내림 나장조 HWV
434에서 주제를 가져오고, 여기에 25개의 변주와 푸가를 붙인 작품으로 1861년에
작곡되었다.

20세기의 위대한 음악평론가 가운데 한 사람인 도널드 토비(Donald Tovey )는 “위
대한 6개의 변주곡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고, 브람스의 전기를 쓴 작곡가이자 저
술가인 잔 스웨포드(Jan Swafford)는 “베토벤 이후의 가장 훌륭한 피아노 변주곡”이
라고 치켜세웠다. 게다가 이작품은 다양한 형태의 변주의 전개가 모두 끝난 뒤에 감
성이 풍부한 푸가로 마무리를 함으로써 악곡 전체의 디자인이 어디 나무랄 데가 없
는 작품이기도 하다. 문자 그대로 19세기 피아노 예술의 표석(標石)이라 불릴만한
작품인 것이다.

이 작품이 완성된 시기가 1861년 9월인데, 당시 28세의 브람스는 함부르크 여성합
창단 지휘자 자리를 그만두고, 집을 나와서 혼자서 살 수 있는 아파트를 구한 때이
기도 했다. 이 무렵이 그의 창작이 가장 의욕적이고 활발했던 시기여서 흔히 이때
를 “초기 걸작의 시리즈”가 집중적으로 작곡된 시기라고 규정한다. 이 작품은 “사랑
하는 친구”라는 헌사와 함께 클라라 슈만의 42번째 생일 선물로 헌정되었다.

브람스는 이 곡을 쓴 1861년 무렵에 특히 피아노 작품에 큰 관심을 갖고 일련의 피
아노를 위한 작품들을 연이어 쏟아 내게 된다. 피아노 4중주곡 사단조와 가장조, 4
손을 위한 슈만 변주곡 OP.23이 이 시절에 완성된 직품들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보다 훨씬 이른 시절, 즉 그의 초기시절부터 변주곡 형식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op.21-1의 <11개의 변주곡>은 소나타 다장조의 느린 악장을 주제로 삼은
것이었고, 헝가리 민요에서 주제를 취해서 변주곡을 썼고, 슈만의 작품에서도 주제
를 가져와서 2곡의 변주곡을 썼다. 결국 이러한 초기의 노력들이 기초가 되어서 이
작품과 같은 위대한 변주곡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브람스가 선택한 헨델의 주제는 각각 4마디로 구성되어 있는 2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고, 각 부분은 한 번씩 반복된다. 브람스는 이 주제 뒤에 모두 25개의 변주곡과 푸
가를 붙였다. 각 변주는 피아노의 한계를 넘어서 오케스트라적인 음향을 들려주고
있어서 높은 연주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브람스는 대위법적인 기법과 화성적인 기
법을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있는데 브람스의 작곡 경향에 대해서 대립적 입장에 서
있던 바그너조차도 1863년에 브람스가 연주한 이 작품을 듣고서 “이미 낡은 형식일
지라도 그것을 다룰 줄 아는 이가 다룰 경우에는 아직도 성취할 것이 있다(One
sees what still may be done in the old forms when someone comes along who
knows how to use them)”고 말했다.

1892년 11월 29일, 빈에서 독주회를 가진 브람스는 이 작품을 연주했고, 연주회 자
체도 성공적이었지만 이 변주곡에 대한 찬사가 줄을 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
하면, “헨델의 간결한 주제에 의한 변주와 푸가에서 브람스는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바꿔가면서 우아함과 열정이라는 형식을 다양하게 발전시켰고, 또한 이들을 빚어내
는 비범한 재능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곡의 주제는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제1번(1733년 출판) 중 제3악장에서 아
리아를 선택했다. 선율은 단순하고 모든 음표는 한 옥타브 안에서 움직이는 곡이
다. 브람스는 감탄스러울 만큼 자연스럽게 이 주제를 출발시키고 있고, 듣는 이들은
벌써 이 부분부터 마음의 동요가 일어난다. 이 곡을 쓰기 이전에 이미 바로크 시대
의 춤곡을 비롯해서 전주곡, 푸가, 카논 등을 모델로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시키는
실험을 꾸준하게 해 왔었기 때문에 그런 축적된 경험이 이토록 세련된 도입부를 만
들 수 있게 한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25개의 변주곡에 대한 분석을 내 놨지만 그 가운데 존 링크(John
Rink)의 분석이 간명해서 여기에 소개한다. “브람스는 25개의 변주를 통해서 격렬함
의 레벨을 조절하는데 상당히 고심한 듯하다. 전반의 12곡에서는 끊임없는 변화를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에 주력하고 있고, 제13부터 제15변주까지는 이미 고조된 분
위기를 다소 낮추는 양상이며, 푸가가 시작되는 제23변주에 이르러서는 막강한 크
레센도로 고조시킴으로써 극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키고 있다.”

클라라 슈만은 이 작품을 1861년 12월 7일, 함부르크에서 연주했다. 결과는 아주 좋
았고, 이후 이 작품은 브람스를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를 잡았다. 클라라는 얼마 후
라이프치히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다. 악보는 이듬 해 7월에 브라이트코프 와 헤르
텔에서 출판했다.

영국의 작곡가 에드먼드 루브라(Edmund Rubbra)가 이 작품을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했고, 브람스도 그 편곡을 좋아했다. 오케스트라 곡은 아드리안 불트가 지휘하
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연주됐다. 편곡된 오케스트라 곡은 발레로
도 무대에 올려 졌는데, 뉴욕 시티 발레단의 발레마스터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와 트와이라 텔프(Twyla Tharp)의 안무로 상연되었다.

 

출처:http://sound.or.kr/